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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해체 캠페인

손봉호 강연회 전문 "한기총 해체 주장의 본질적 이유"


"한기총 해체 주장의 본질적 이유"
강연회 전문…"자기 겸손만 중요하고 한국교회는 안중 없나"
입력 : 2011년 04월 27일 (수) 15:54:03 [조회수 : 3229] 이진오 (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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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기총 해체 촉구 손봉호 교수 초청 강연회 장면. (사진 제공 이진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해체 운동은 대단한 계획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다. 우연히 <시사저널>에서 기독교 관련 인터뷰를 하는 중에 한기총 금권 선거에 대해 묻기에 "해체해야 한다"고 했다. 기사가 인터넷에 나가자 엄청난 반향이 일어났다. 내가 인터뷰 한마디 했다고 해서 그렇게 이슈가 될 이유는 없다. 아마도 내가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은 것 같다. 내가 한 말에 책임을 지려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내가 왜 한기총 해체를 주장했는가에 대해 근본 이유를 말씀드리겠다. 나는 이번 한기총 사태가 기독교의 본질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독교를 믿음의 종교라 한다. 지식의 종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식의 종교는 '따져' 보니 그렇다는 것이다. 누가 1+1=2다 하면 그 선생님 대단하다 하지 않는다. 저 사람 저런 소리 하니 맞는가 보다 하지 않는다. 들은 사람들이 따져 보니 "1+1=2가 맞구나" 하는 것이다. 이렇게 믿는 게 지식의 종교다. 

기독교는 믿음의 종교, 계시의 종교다. 계시의 종교는 하나님이 당신의 뜻을 우리 인간에게 나타내신 것을 뜻한다. 하나님의 뜻을 우리에게 나타내는 이유는 인간으로서는 알 수 없다. 우리 능력, 지식, 깨달음으로는 구원의 방법을 알 수가 없다. 하나님에 대해, 사람에 대해, 사람의 상황에 대해 스스로 알 수 없기에 하나님이 계시하신다. 그래서 우리는 아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믿어야 한다. 

믿는다는 말은 히브리서 11장 1절 말씀처럼 보이지 않는 것, 그럴듯하지 않은 것을 믿는 것을 의미한다. 기독교는 1+1=3이라고 하는 이상한 논리를 수용한다. 이상하고 이해가 안 되기 때문에 무조건 믿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믿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말하는 사람이 믿을 만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경은 그 믿을 만한 사람을 '증인'이라고 한다. 증인은 실제로 자신이 보고, 듣고, 믿은 바를 다른 사람에게 전한다. 사도행전 1장에서 가롯 유다를 대신해 사도를 뽑을 때, 그 자격을 '처음부터 우리와 함께했고 예수님의 부활을 본 사람'으로 정한다. 부활의 증인을 뽑은 것이다. 부활은 논리적인 주장이 아니다. 이는 마치 1+1=3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증인 된 사도들은 요한 1서 1장 1절처럼 보고, 듣고, 만진 바를 증거하는 역할을 한다. 

'증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증인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조건은 믿을 만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경에서 '믿을 만하게'라는 용어를 '충성'이라 번역해서 오해를 많이 일으킨다.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라 되어 있다. 그런데 충성이라 번역한 단어는 헬라어 '피스토스'이다. 이를 충성이라고 하니, 교회 열심히 출석하고, 봉사 열심히 하는 사람을 충성된 사람이라고 한다. 옛말에 '충신은 불사이군'이라 했다. 사육신, 생육신같이 지조를 지키고 한 임금을 섬기는 사람을 충신이라고 했다. 그런데 더 정확한 번역은 '믿을 만하다'이다. 똑같은 단어를 하나님과 예수님께 사용하는데, 이를 '하나님은 충성스럽다'고 하면 어색하니 '하나님은 미쁘시다'고 번역했다. 

하나님은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믿음직한 분이시다. 하나님은 배신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는다. 복음을 전하는 사람, 예수님의 증인들은 믿을 만해야 한다. 증인이 거짓말하면 그 증거는 힘이 없어진다.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는 믿을 수 있게 사실대로 증거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기독교가 믿음의 종교인 것이다. 믿음의 종교인 기독교의 제1의 미덕은 믿음직한 것이다. 거짓말하지 말고, 속이지 말아야 한다.

2세기 교부 터툴리아누스는 "나는 이해가 안 되기 때문에 믿는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처녀가 아이를 낳고 죽은 사람이 살아났다고 하고, 예수는 100% 신이요 또 인간이라고 한다. 또 하나님은 한 분이라고 했다가 세 분이라고 한다. 이해할 수가 없다. 터툴리안은 "내가 '그렇구나'라고 쉽게 이해하는 것은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머리에서 나올 수 없는, 이해 안 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을 보니 이건 하나님에게서 나온 거다. 그러니까 믿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우리 기독교는 이해될 만한 것보다, 이해되지 않을 것들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증거하는 증인이 믿을 만해야 한다. 그래서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누구보다 솔직해야 하고 정직해야 하고 100% 믿을 수 있어야 복음이 전파된다. 부정하고 거짓말하는 것은 기독교의 본질과 전혀 다르다. 

그런데 한국교회가 어떤 상황에 빠졌는가. 작년 11월에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여론조사를 했다. 객관적 기관이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는데, 개신교를 신뢰한다는 사람이 국민의 17.6%밖에 되지 않았다. 가톨릭은 43.4%, 불교는 33.6%이다. 한 시민 단체가 조사해 보니 한국 사회에서 가장 불신을 받는 단체는 정치권이고, 두 번째가 종교계였다. 결국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에 대한 신뢰성이 꼴찌라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 기독교의 실상이다. 

한기총 사건은, 한기총 사람들만 특별히 나빠서가 아니라 한국 기독교를 반영한 것이다. 이미 병들어 있는 것이 '한기총'이라는 이름으로 곪아 터진 것이다. 그래서 한기총 해체 운동은 단순히 한 기관을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다. 한국교회에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것이다. 

한기총은 임의단체일 뿐…해체는 '심각한 일' 아니다 

어떤 분들은 교회도 부패하고 교단도 부패했으니, 교회도 해체하고 교단도 해체해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교회나 교단과 한기총은 다르다. 비록 교회에 잘못이 많지만 교회는 하나님이 세우시고, 예수님이 세우시고, 2,000년의 역사가 있는 '몸돌', 그리스도의 몸이다. 비록 부패했더라도 교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총회도 없으면 안 된다. 그래야 교회나 목사가 잘못할 때 징계를 하고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러나 성경은 한기총 같은 '대표 기구'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다. 기독교 역사상 기독교를 대표하는 연합체가 있은 적도 없고 그런 나라도 없다. 미국에도 없고 내가 공부했던 네덜란드에도 그런 단체는 없다. 한기총은 임의 단체이다. 그런데 임의 단체가 한국교회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 이를 해체하는 것은 그렇게 심각한 일이 아니다. 

길자연 목사는 "아버지가 좀 잘못했다고 가정을 해체하느냐"고 했다. 이 비유는 잘못되었다. 한기총은 가정이나 교회나 교단과는 다르다. 더구나 한기총 사건은 한국 기독교에, 하나님의 영광에 가장 피해를 많이 주고, 하나님 영광을 가리고 있다. 한국 기독교를 대변하는 단체라고 하니 언론에 보도도 많이 되어서 전도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는 그동안 한기총에 부정이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러나 소문만 가지고 어떤 일도 할 수는 없었다. 수사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만한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음으로만 '그러면 안 되는데'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본인들이 '돈을 쓰니까 대표회장이 되고 안 쓰니까 안 되더라'라고 고백했다. 직전 회장이란 분이 나서고, 어떤 목사들은 50만 원, 100만 원, 1,000만 원까지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내가 나서게 된 것이다. 감정적인 것이 아니다. 한국교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안 할 수가 없다. 

한기총 해체를 주장하니 전국에서 편지가 100여 통이나 왔다. 그중에 긴 편지들을 CBS에 보내 줬다. CBS에서 그걸 방송하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고 한다. 어떤 분은 전혀 예측하지 않은 편지를 보냈다. 불교 신자였는데 기독교로 개종했다. 그런데 교회를 보니 왜 개종을 했나 후회를 많이 하고 있던 차에, 한기총 해체 운동이 일어났다는 소리를 듣고 다시 희망을 가졌다고 했다. 불만이 목까지 찼다가 '속이 시원하다'는 식의 반응도 상당히 많다. 몇 사람이 희망을 갖고, 신앙을 회복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세상 선거와 교회 선거 

나는 부정선거에 대해 민감하다. 나는 4.19 때 데모를 열심히 했다. 3.15 부정선거는 완전히 장난이었다. 그래서 4.19 때 데모를 하다 경찰에게 매를 많이 맞기도 했다. 독재 정권 시대에는 전 숙명여대 이만열 교수와 '공명선거기독교대책위'라는 것을 만들어 공명선거 운동을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공선협)'다. 내가 16년간 임원을 했다. 공선협에서 군 부재자투표 부정을 없애는 운동을 할 때, 내가 국방부 장관에게 고함을 치고 하도 달려들어 국방부 장관이 동의해 선거법을 개정했고, 군부대 밖에서 선관위 감시하에 투표를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선거에서 돈이 가장 많이 드는 것이 대중 유세다. 여의도 광장에서 버스로 전국으로 사람들을 실어 날랐고, 천문학적인 돈이 들었다. 선거법을 개정해 TV 토론으로 바꾸었고, 돈이 적게 드니 부정도 상당히 줄었다. 선관위도 당시에는 감시 대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선거법도 어느 정도 좋아졌고, 선관위도 제 역할을 제법 잘하고 있다. 

세상 선거는 이렇게 되었는데 교회 선거는 어떤가? 1959년에 고려파하고 지금의 합동 측하고 합친 일이 있었다. 그때 내가 대학교 다닐 때인데 너무 감격스러워 총회 방청을 했다. 한상동 목사께서 총회장으로 당선되었는데 이분이 안 하겠다고 한사코 사양하기에 네 분의 목사들이 억지로 사회를 보게 했다. 그때 내가 정말 감격했다. '세상 선거는 속된 표현으로 개판인데, 교회 선거는 다르구나.'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었나? 완전히 거꾸로 되었다. 나는 일생 동안을 공명선거 운동을 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가 있는데 너무 안타깝다. 

내가 동덕여대 총장으로 있을 때 총학생회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 내가 그걸 문제 삼으니, 이사회가 학생 편을 드는 통에 이사회하고 갈등이 생겼다. 너무 괴로워서 우리나라에서 총장 경험이 가장 많은 분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분이 한참 있다가 혼잣소리로 "손 총장은 못 하지", "손 총장은 못 하지." 두 번이나 그런다. 눈 감으라는 거다. 학생들 선거에 왜 총장이 간섭하느냐는 거다. 그러니 '손 총장은 눈 못 감지'라고 한 것이다. 내가 정말 못 했다. 결국 이사회에서 총장을 쫒아냈다. 결국 나중에 교육부에서 번복이 되었지만, 1년간 집무를 하지 못했다. 나는 공명선거에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이다. 선거가 부정하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어떨 때는 내가 좀 지나친가 보다 그런 생각도 한다. 그런데 여러분의 반응, 내가 받은 편지, 인터넷의 글을 보니 나 혼자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진정으로 교회를 사랑하는 분들, 양심이 살아 있는 분들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보며 요즘 위로를 받는다. 교회에서 존경받는 이동원 목사, 김동호 목사, 홍정길 목사 등도 한기총은 해체해야 한다고 한다. 

"한국교회에 해를 끼치는 한기총, 묵과할 수 없다" 

이번 한기총 사건에서도 드러났지만 한국교회는 너무 부패했다. 나는 교회사를 공부했다. 나는 개신교 역사상 지금 한국교회만큼 부패한 교회를 알지 못한다. 내가 교회사 교수들을 만나서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할 때 가톨릭이 부패한 것은 아는데, 개신교가 지금 한국교회 만큼 부패한 적이 있느냐? 세습을 하고 선거하는데 돈을 쓰고, 거짓말을 하고 이런 적이 있었느냐" 물으니 교회사 교수들 누구도 지금 한국교회보다 훨씬 더 부패한 교회가 있었다 말해 주는 분이 없다. 지금 한국교회는 개신교 역사상 가장 부패했다. 한국교회 교인 수가 줄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증인을 못 믿는데, 증인이 거짓말하는데 어떻게 사람들이 믿겠는가. 이제까지 믿었던 사람들도 부패를 보면서 낙심하고, 교회를 떠나고 있다. 

한국교회는 지금 큰 위기다. 이번 한기총 사건은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엄청난 치욕이다. 한기총이 한국 기독교를 대변한다는데 나는 도저히 한기총이 나를 대변한다고 인정을 못 하겠다. 여러분은 그것이 인정이 되는가? 한국교회에 이렇게 해를 끼치고, 이렇게 치욕을 주고, 하나님 영광을 가리는 이런 단체를 그대로 두는 것을 나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어떤 불신자가 나를 보고 "인터뷰 읽고 감격했어요" 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한국교회 명예를 조금은 건졌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어떤 분은 한기총을 꼭 해체해야 하는가, 개혁하면 좋지 않은가 하며 반문한다. 옳은 말이기도 하지만, 나는 이게 굉장히 무책임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가 물으면 어떤 분은 운동 많이 하고 음식 적당히 먹으라고 한다. 대학에 합격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가 하면, 공부 열심히 하고 규칙적인 생활하면 된다고 한다. 북한 인권 문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으면 간단하다. 통일하면 된다. 지당한 말씀이다. 한기총 문제 어떻게 하면 되는가 물으면, 개혁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대답처럼 무책임한 발언이 없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한번 생각해 보자. 어떻게 개혁하나. 누가 개혁하나. 개혁 주체가 누군가. 자기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광선, 길자연 두 분이 계속 소송을 하는데, 누가 가서 우리가 한국교회 대표라며 개입할 수 있는가? 개혁을 주장하면 그 사람들이 "너희는 누구냐"고 할 것 아닌가. 이번에 법원에서 변호사를 한기총 임시 대표회장으로 세웠다. 이 자체도 굉장히 창피한 일이다. 고린도전서 6장 2절에 "성도가 세상을 판단할 것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세상도 너희에게 판단을 받거든 지극히 작은 일 판단하기를 감당치 못하겠느냐?" 말씀하신다. 그때도 이미 교회에 문제가 있어서 세상 재판을 한 것 같다. 이번에 법원이 변호사를 대표로 세워 놓으니 한기총에 속한 사람들은 "네가 뭐냐? 평신도가 무슨 건방지게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하느냐"며 성명을 냈다. 법원이 대표를 세웠는데, 그러려면 법원에 고소를 하지 말든지. 법원에 소송을 해 놓고는 법원이 임명을 하니 그 사람에 대해서 우리는 인정 못 한다고 하는 건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다. 

누가 '개혁'할 수 있는가. 가장 현실적이고 비극적인 상황은 감리교가 3년째 그러는 것처럼 이광선, 길자연 이 두 분이 계속 소송을 하는 것이다. 보통 분들이 아니다. 절대로 내가 잘못했다 할 분들이 아니다. 대법원에 판결이 나면 또 다른 꼬투리를 잡아 또 시작할 것이다. 그때마다 신문은 보도할 것이고 그때마다 한국교회는 또 치욕과 굴욕을 당하고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이를 우리가 계속 참아야 하는가. 

한기총은 이제 도덕성을 상실했고, 실제적으로 한국교회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60여 개 교단과 20여 개 단체가 가입되어 있다. 그러나 회비를 내는 단체, 교단은 거의 없고 대형 교회 몇 개가 낸 돈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예산의 28.5%만 교단과 단체가 회비를 냈고, 여의도순복음교회가 4억에서 1억, 이광선 목사의 신일교회가 약 1억, 사랑의교회가 5,000만 원, 할렐루야 교회가 3,000만 원, 그리고 장로 아마 CBMC(기독실업인회)가 상당히 낸 것 같다. 실제로 한기총은 한국 교계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더더욱 그렇다. 한국교회를 대변하려면 도덕적 권위가 있어야 한다. 

내가 최근에 청와대 관계자하고 대화를 하는데 그 사람들도 이제 한기총 인정을 못 한다고 하더라. 또 종무실장을 만났는데 종무실장도 "이제는 한기총 인정 못 한다, 도저히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명무실해졌다. 그런데 그런 유명무실한 단체를 그대로 놔두어서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 한기총은 존재할 가치가 전혀 없다. 

만약에 이번 총회 때 통합 측이 탈퇴하면 한기총은 유명무실해진다. 고신측은 상당히 쉽게 탈퇴할 것 같다. 지금 5개 노회가 탈퇴를 헌의했고, 또 통합 측도 5개 노회가 탈퇴를 헌의했다. 그리고 합신 측 1개 노회가 탈퇴를 헌의했고, 2개 기관은 탈퇴를 했고, 1개 기관은 행정 보류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기총이 존속해도 세상에 조롱거리가 될 뿐, 실제적인 권한과 임무는 행사할 수 없다. 

자기 겸손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한국교회는 안중에도 없나 

마지막으로 누군가 나보고 "너는 뭐 그렇게 잘났느냐, 너는 깨끗하냐"라고 말하면 나도 할 말 없다. 나도 깨끗한 게 아니고, 진실된 것도 아니다. 그렇더라도 이건 해야 한다. 옛날에 일어난 일을 한 가지 말씀드리겠다. 

한 25~26년 전부터 엉터리 교역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한국교회가 가난했고, 핍박받았으니 목사 안수 받는 분들은 정말 고생을 각오하고 했다. 순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익이 없으니 오직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예수님에 대한 감사만으로 헌신하는 분들만 목회를 했다. 이분들 모두가 존경스러웠다. 그런데 한국교회가 경제적으로 윤택해지고 사람 수가 많으니까 정부가 관심을 쓰기 시작했다. 표와 환심을 얻기 위해 기독교에 혜택을 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니 헌신되지 못한 엉터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교계에서 존경을 받을 만한 대표적인 몇 분을 찾아 '목회자윤리위원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목회자 윤리 강령'을 만들자고 했더니 어느 목사께서 "당신이 한번 만들어 봐라"라고 요청해 내가 초안을 만들고, 이 단체 저 단체 가서 목사님들께 보이니 이것저것 요청이 있어 수정해 제작했다. 모두들 좋다고 해서 인쇄해 돌렸는데, 아무도 안 지킨다. 

몇몇 존경받는 목사님들에게 윤리위원회를 만들어 특정 교역자가 비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을 하면 윤리위원회 이름으로 권면의 편지를 하나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경고의 편지도 아니고 권면의 편지로 부드럽고 인자한 내용으로 "목사님 이러저러한 소문이 들리는데 우리가 조사할 권한도 없고 하니 그게 사실이면 회개하시고 고치십시오"라는 내용이다. 내가 생각할 때 뭐 아무 어려움이 없지 싶었다.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목사님들 반응 하나같이 '내가 무엇이관대'이다. 어떻게 들리나. 참 겸손한 것처럼 보인다. 나는 그분들이 겸손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굉장한 이기주의자로 생각한다. 자기 겸손만 중요하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 그것만 중요하지 한국교회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다. 한국교회와 동료 목회자들은 어떻게 되든, '나만 겸손하고 나는 거룩해야지' 하는 것은 그야말로 이기주의자이다. 오늘날 많은 분들이 이런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하다가는 아무것도 못 고친다. 

목사를 견제하는 것이 진정으로 목사를 사랑하는 일 

나도 양심이 있다. 그래서 양심의 가책을 엄청나게 느낀다. 그렇다고 한국교회가 이렇게 썩어가는 것을 가만히 봐야만 하는가? 모두가 경건하고 모두가 겸손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가. 악한 사람만 신나게 악한 짓을 한다. 아무도 견제를 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굉장히 악하다. 칼뱅이 말한 인간의 전적 부패를 나는 확실히 믿는다. 인간에게 권력이 주어지고, 권한이 주어지고 견제가 없으면 반드시, 반드시 부패한다. 영국의 역사학자 액튼은 "모든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했다. 그 말이 맞다. 그래서 역사상 한 번도 선한 독재자는 있어 본 적이 없다. 선한 독재자라는 말은 동글동글한 삼각형이란 말과 같다. 반드시 제재, 감시, 균형에 맞는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민주주의를 중시한다. 

민주주의는 굉장히 비효율적인 것이다. 재미있는 농담이 있다. 만약 모세가 애굽을 떠나기 전에 '출애굽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면 이스라엘은 아직도 애굽에 남아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민주주의는 아주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조금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은 '단번에' 해 버린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비록 비효율적이지만 인간 역사상 인간이 개발한 제도 중에는 가장 좋은 제도다. 그래서 우리가 민주화를 위해서 그렇게 애를 쓰고 노력하는 것이다. 교회 목사님들이 교인들, 장로, 노회, 총회의 견제를 받지 않으면 반드시 부패하게 되어 있다. 

목사님에 대해 어느 정도의 견제를 하는 것이 그 목사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목사를 망하게 하는 것 간단하다. 목사가 "콩은 팥이다" 할 때 "아멘"하면, 그 목사는 망하게 되어 있다. 목사가 잘못할 때마다 막 돌아다니며 비판하면 좋지 않다. 처음에 혼자 찾아가 권면해야 한다. 그래도 듣지 않으면 성경이 말씀하신 것처럼 두세 사람 더 데려가서 권면한다. 그래도 안 들으면 그때는 교회 전체가 말해서 "이것은 안 된다"고 해야 목사를 살린다. 

나는 집사 때부터 교회 설교를 도맡아서 했다. 몇 년 동안 그러다 보니 노회가 세 번이나 손봉호 설교 금지령을 내렸다. 낮에 노회장이 전화로 권면하기에 노회장에게 일개 집사에게 직접 말씀하시지 말고 당회에 지시하면 그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당회가 노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았다. 몇 년 그렇게 시비가 있으니 한번은 교회 제직들이 노회에서 탈퇴하자고 결의했다. 그걸 내가 반대했다. "만약에 노회에서 탈퇴하면 여기는 손봉호가 왕이 된다. 손봉호를 견제할 사람이 없다"고 만류해서 탈퇴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목사님을 모시고 설교를 넘겼다. 그랬더니 노회가 이해를 했다. 저 녀석이 끝까지 교회를 좌지우지하리라 오해했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뒤로 노회하고 사이가 좋아졌다. 나는 지금도 그때 노회 탈퇴 안 한 것이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한기총 해체는 한국교회 개혁의 기회 

우리 교인들이 정말 교회를 사랑하고 우리 하나님을 사랑하면, 교회가 타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권한이 독점되는 것을 막아야 하고, 부패가 있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동조하는 것이다. 한기총 문제를 세상 사람들이 저렇게 비웃고, 본인들이 잘못했다고 다 시인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들이 한기총을 그대로 놔둔다는 것은 우리가 그것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께서 의분이 좀 있어야 한다. 잘못한 것에 대해서 의분이 있어야 한다.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는 건 타협이고, 그것이 나의 겸손과 관계있다면 굉장한 무책임한 것이다. 우리 하나님을 사랑하고 한국교회를 사랑한다면, 이 잘못은 이번에 뿌리 뽑아야 한다. 부탁드린다. 나는 이것을 계기로 한국교회에서 개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분은 지금 한기총이 없어지면 그 다음에 제2의 한기총이 나와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게 될 것 아니냐고 걱정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3.15 부정선거는 4.19 이후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잘못 때문에 해체했는데 또 반복될 수 있겠는가? 그때는 우리 한국교회 교인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한번 해체되면 반복되지 않을 것이고, 이를 계기로 교단 총회 선거도 깨끗해질 것이다. 

이번에 교회를 개혁한다는 마음으로 여러분께서 더 열심히 노력을 해 주시기 바란다. 물론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나는 너희들보다 더 거룩하다"는 오류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 앞에 우리 자신은 참 가증하고 더럽지만, 이것은 고쳐야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불쌍히 보셔서 우리 한국교회를 정화시켜 주실지 누가 알겠는가. 

 
저자 주 - 위 내용은 4월 20일
 인천에서 개최된 '한기총 해체 촉구, 손봉호 교수 초청 강연회'에서 손봉호 교수가 강연한 내용을 이진오 전도사가 녹취해 정리한 것입니다. 강연문 녹음 파일(mp3)과 녹취록 전문, 사진 등이 필요하신 분은 이진오 전도사에게 메일 주세요(greatc@hanmail.net).

이진오 / 인천 더함공동체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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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11년 04월 28일 (목) 16:5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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