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기총 해체 촉구 News

이만열 "기독교, 이렇게 가다가는 망한다" (뉴스앤조이. 2011.03.08)

반응형



"기독교, 이렇게 가다가는 이내 망한다"
이만열 교수 인터뷰, "한국교회, 가난 실천과 작은 교회 운동 벌여야"


입력 : 2011년 03월 08일 (화) 14:17:52 [조회수 : 17134] 박성우 (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금권 선거로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해체하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해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기독교의 개혁과 자정을 촉구하는 손봉호 교수의 목소리를 으면서 동시에 한 인물이 떠올랐다. 손 교수와 같이 예장고신에 속해 있으면서 '학생신앙운동(SFC)'을 함께 했고, 치열한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바른 기독교 세계관과 복음주의적 가치관 구현에 평생을 바친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이사장)다. 

 

 
 

▲ 현재 유럽 기독교가 쇠퇴한 것을 볼 때 한국 기독교도 그와 같이 될 것이라며 현재의 상황을 참담하다고 말한 이만열 교수. 이만열 교수는 치열한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바른 기독교 세계관과 복음주의적 가치관 구현에 평생을 바친 역사학자이다. ⓒ뉴스앤조이 박성우

 
 
지금의 한국교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역사학자인 이만열 교수의 생각을 듣기 위해 지난 2월 말 경복궁 근처 자택을 찾아갔다. 이만열 교수는 한국교회의 현실이 참담하다고 탄식했다. 그리고 한국교회 개혁의 한 대안으로 '작은 교회 운동과 가난 실천 운동'을 제안했다. 

다음은 이만열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 들어오자마자 한국교회가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소망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삼일교회 등에서 권력 싸움, 성추행 사건 등이 벌어진 데 이어 연합 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금권 선거로 대표회장을 뽑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갈수록 사회로부터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오늘의 현실을 보면서 한국교회의 미래를 예견할 때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지금 기독교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교회가 겉으로는 십자가를 내걸고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지만, 속으로는 바알이라는 물신(物神)을 섬기고 있습니다. 교권은 세속 권력 못지않게 갈수록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법천지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사회의 선거법은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습니다. 100만 원 이상의 법원 판결을 받으면 바로 당선이 무효가 됩니다. 사회 선거법은 점점 엄해지는데, 교회 선거법은 그런 것이 있는지도 아예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기독교는 선거에서 돈 쓰는 것이 일상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특히 모 연합 기관에서는 금권 선거가 전통이 됐는데, 그러면 어떻게 기독교가 사회의 예언자로서 외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선출된 대표가 청와대에 들어가서 대통령을 만나는데, 돈으로 당선된 사람이 도대체 무슨 대표성을 가지고 간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10여 년 전부터 기독교 현상을 종교 현상에 맞춰서 보려 하고 있습니다. 고려 시대에 불교가 흥했지만 차츰 세력이 약해지고 고려 말기에는 쇠퇴하고 말았습니다. 불교가 쇠퇴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당시 많은 승려들이 물질적 세속주의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교회 목사들을 보면 고려 말 승려의 모습과 똑같아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의 앞날을 매우 비관적으로 봅니다. 교회가 하루속히 개혁하지 않으면 그 당시 불교가 걸어간 길을 똑같이 걷게 될 것입니다. 

국내와 유럽의 종교 역사를 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부패하고 타락한 끝에 쇠퇴한 불교 자리를 성리학이 대신했습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기독교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 유럽 기독교가 쇠퇴한 것을 볼 때 한국의 기독교도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 이만열 교수는 개신교회의 한계를 제도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도적 개혁이 이뤄지지 않은 채 부패와 타락이 이어지면 한국교회의 영성은 이내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박성우

 
 
타락의 양상이 너무 다양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가늠이 안 될 정도입니다. 한국교회가 특히 어떤 부분을 개혁하고 거듭나야 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기독교는 전반적으로 너무 큰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고치는 방법은 바로 교회가 '가난'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지금 교회는 너무 부자가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권력과 명예욕까지 다 가지고 있습니다. 교회가 가난해진다는 것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비우고 예수의 십자가를 겸손히 짊어지고 이웃의 고통과 눈물에 동참한다는 것입니다. 가난해지지 않으면 희망이 없습니다. 

가난 실천과 작은 교회 운동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입니다. 교회는 갈수록 커지거나 커지려고 하고, 큰 교회에 돈과 권력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교회가 교회다운 영성을 품고 있으려면 주변에 있는 작고 가난한 이들을 돕고 섬기는 데 써야 합니다. 교회가 물질을 움켜쥐고 있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교회는 스스로 작아져야 합니다. 교회는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 문화를 변화시키는 '풀뿌리' 역할을 해야 하는데, 큰 교회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을 고려해서라도 작아져야 합니다. 작은 교회가 된다는 것은 자기를 비우는 것입니다. '가난 실천'과 '작은 교회 만들기'와 같은 새로운 교회 개혁 운동이 일어나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희망이 없습니다. 

물론 대형 교회가 가진 장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순과 한계가 더 큽니다. 큰 교회는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공동체성을 구현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담임목사는 제왕처럼 군림하고 대기업의 구조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 구조를 가지고 공동체성을 살릴 수는 없습니다. 큰 교회 교인들은 교인들끼리 삶을 나누고 이웃을 섬기는 공동체를 일구기보다는 이름 있는 교회 간판 뒤에 숨어서 편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경향이 큽니다. 그러니 목사는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일방 독주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 익숙한 큰 교회 목사들은 교단이 정한 규칙을 지키지 않고 제멋대로인 경우가 많습니다. 큰 교회들은 구조적으로도 치외법권 지역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의식의 개혁도 제도가 먼저 개혁되어야 변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부패한 인간은 의식을 스스로 바꾸기보다는 현실에 안착하려는 본능이 강합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제도적으로 강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개신교 구조는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입니다. 

제도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 개신교회의 한계입니다. 단일 교회라면 제도적으로 권징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은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내부적 문제나 모순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개신교는 중구난방입니다. 노회에서 징계받으면 탈퇴하고 다른 노회로 옮기거나 단체를 아예 새로 만듭니다. 구조적으로 교단 탈퇴 및 재가입이 자유롭습니다. 권징 구조가 무력하기 때문에 타락이나 부패가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큰 교회가 심합니다. 그나마 작은 교회들이 모여서 제도 개혁을 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도적 개혁이 이뤄지지 않은 채 부패와 타락이 이어진다면 한국교회의 영성은 이내 없어지고 말 것입니다. 영성이 없는 교회는 교회로서 존재 가치를 잃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교회 스스로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없을 때 외부의 기독 운동 단체들이 바른 소리를 내어서 지적하거나 경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몇몇 단체들이 대형 교회로부터 후원받는 부분과 비판하는 것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기독 운동 단체들이 명확한 입장을 세우지 못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봅니다. 비판할 일은 당연히 비판해야 합니다. 단체들은 지원을 받는 것이지 원조를 받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단체에 지원하는 일은 교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교회가 단체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교회로서는 '선한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 이만열 교수는 기독 운동 단체들이 명확한 입장을 세우지 못하는 것을 잘못됐다고 했다. 비판할 일은 비판하는 것이 기독 운동 단체의 할 일이라고 했다. 현재 이만열 교수는 교회개혁실천연대에서 고문을 맡고 있다. 사진은 이 교수가 보여 준 교회개혁실천연대 위촉패와 자료집. ⓒ뉴스앤조이 박성우

 
 
후원하는 교회가 물질을 마치 자기 소유로 여기고, 자신들을 비판하고 쓴소리를 한다고 해서 지원하지 않는 것은 기독교적인 자세가 아닙니다. 물질을 관리하는 사람은 청지기처럼 하나님이 어디에 쓰시길 원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교회도 청지기 정신을 가지고 이러한 기독 단체들을 격려하고 후원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교회도 긴장하고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한국교회 개혁 움직임 활발

최종편집 : 2011년 03월 17일 (목) 15:56:24  
박성우의 다른기사 보기  
ⓒ 뉴스앤조이(http://www.newsnjoy.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 이 기사는 해당 언론사의 동의를 얻어 전재하였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