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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한기총이 뭐길래

백종국 "복음의 문 가로 막는 한기총"(뉴스앤조이. 200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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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문을 가로 막는 한기총

'한기총'식 정치와 한국 교회의 미래

2007년 07월 10일 (화) 23:24:11 [조회수 : 1293] 백종국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

   
 
  ▲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체험한다고는 하는데, 십자가 밑에 바퀴가 달려 있다.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장이다.  
 
최근 한국 교회를 대표한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이용규 목사)가 한국 사회의 매우 보수적이고 파당적인 정치 활동에 몰두해 한국 교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한국 교회에서 교인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 교회를 대표한다고 하는 한기총이 추구하는 최근의 정치 행태가 미치는 역할이 그 중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인다. 한국 교회가 어떤 방식으로든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복음 전파에 심대한 장애를 겪게 될 것이다.
 

어느 사회에서든지 어떤 종교 단체가 정치적 견해를 주장하고 추구하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3년 동안 한기총이 한국 사회 내에서 가장 후진적이고 낙후된 정치 견해를 가장 강력하게 개진하는 바람에, 많은 한국인들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심어주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한국 교회의 장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주요 언론의 뉴스에서 나타난 한기총 관련 보도를 보면 이러한 경향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사저널>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8개 언론 매체의 뉴스에서 한기총이라는 용어와 연관되어 나타난 의제들 중 대부분은 기득권의 보호와 진보적 경향에 대한 반대에 대한 것이다.
 

한기총이 언급된 보도는 주로 정치 분야로 53.88%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 제일 많이 언급한 것은 사학법 개정의 반대와 개정된 사학법의 재개정 추진이었다. 한기총이 사학법의 개정을 이처럼 반대하는 것이 옳은가는 논외로 치더라도, 문제는 한기총의 입장이 국민 다수의 견해와 유리된다는 점이다. 2005년 12월의 KBS와 미디어리서치가 개정 사학법에 대하여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찬성이 52.5%이고, 반대가 38.4%이었다. 국민여론이란 수시로 변화한다는 점을 고려해도, 적어도 사학법 개정을 적극 추진한 많은 사람과 단체들에게 한기총과 한국 교회는 사학체제의 개혁을 가로막은 사악한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한기총은 북한 규탄과 친미 활동, 대정부 비판 및 기타 정치적 활동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 퍼주기 비판, 북핵 규탄, 북한 인권 촉구, 전작권 환수 반대, 미군 철수 반대, 미군 장갑차 사건으로 인한 반미 감정 반대, 보안법 고수, 대통령 탄핵 등 다수의 보수적 정치 의제를 지탱해주는 핵심적 사회 세력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이러한 주제에 국론이 갈리고 있고 교회 내에서도 분명히 다른 의견도 있지만,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한기총의 극우적 입장으로 말미암아 한국 교회의 입장 또한 이러한 방향으로 낙인찍히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도 같은 맥락이다. 한기총 관련 보도의 12.24%는 문화적으로 매우 보수적인 입장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다빈치코드 상영, 단군상, 도올 특강, 동성애, 붉은 악마, 성전환, 양심적 병역 거부, 배아줄기세포 등 많은 사회적 논쟁에서 한기총은 한국 교회를 대표하여 지극히 보수적인 입장을 끊임없이 개진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의 타당성 문제는 사례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한기총이 사회적으로 신중하고 중립적이어야 할 주제에서조차도 특이하게 행동하였고, 이것이 한국 교회의 입장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예컨대 한국 축구의 응원단이 '붉은 악마'이든 '까만 악마'이든 한기총이 개입할 일이 아니었지만, 한국의 주요 언론들은 한기총이 이 논란에 깊숙이 끼어들고 있음을 보도하고 있다. 그 결과 '붉은 악마'를 지지하는 젊은이들 중 일부는 기독교를 '개독교'라고 부르는 안티 기독교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 교회가 마땅히 큰 관심을 가져야 할 사회복지 분야의 한기총 관련 보도는 전체의 7.39%에 불과하다. 주로 북한의 용천 참사와 동남아의 쓰나미 그리고 버지니아공대 참사에 관한 보도들이었다. 물론 이처럼 빈약한 보도를 언론 보도의 특성과 연관 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한국 교회의 사회봉사비 지출이 4% 정도에 불과하다는 노치준 교수의 오래된 분석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한기총의 활동에 관한 보도를 요약해보면, 복음 전파와 관련 있는 보도는 극히 빈약하고 노인층의 이데올로기를 대변하기 위해 젊은이들의 정서와 대립하고 있다.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는 논외로 치더라도, 한국 젊은이들의 뇌리에 이제 한국 교회는 매우 보수적이고 문화적으로 낙후된 조직으로 각인되고 있으며, 이 일에 한기총식 정치가 큰 공헌을 하고 있는 중이다.


다수의 젊은이들을 유리시키면서 미래를 기대할 수가 있을까? 결과적으로 한기총식 정치는 한국 교회의 미래를 암담하게 만들고 있다. 

   
 
  ▲ 주요 언론 뉴스의 한기총 관련 보도 횟수.  
 

태생적 한계 지닌 한기총 

한기총 관련자들께서는 한국 언론의 이러한 보도 행태에 유감을 표할지 모른다. 우선 한기총이 하는 일을 골고루 보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한기총의 홈페이지를 보면 교회·국가사회·평화통일·선교·평신도·문화선교 등 총 6개 분야에 38개 세부 활동 목표가 나와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21개 상임위원회와 14개 특별위원회 그리고 15개 상임위 산하단체들을 운영하고 있다. 분명히 각 분과별로 복음 전파를 위해 적지 않은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불평은 타당치 않다. 첫째로 언론의 관심사가 어떤 조직이 당연히 해야 하거나 늘 해오는 일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가 된다는 표현이 언론의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다. 둘째로, 한기총의 각 연도별 사업 목록에서 잘 나타나고 있듯이, 한기총 자신이 주로 앞에서 언급한 사항들에 대해 각종 성명서나 대중 집회나 기도회로 언론의 관심을 요청했다는 점이다. 자신들이 언론의 관심을 촉구했던 일 중심으로 보도가 되었다고 해서 불평할 수가 없다.


근본적으로 한기총은 교회를 분열시키며 탄생한 보수적 조직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한기총은 시작에서부터 한국 교회의 분열과 보수화를 대변하고 있다. 한기총은 1989년 2월 '노태우 정권 퇴진 운동'이 한참일 때에 유성에서 모인 20여 명의 각 교단 원로들에서 시작하였다. 이들이 주창한 이 단체의 일차적 목적은 '한국 기독교의 연합'이었는데, 참으로 매우 모순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은 1924년 9월에 수립되어 당시까지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었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총무 권오성 목사)라는 교회 연합체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이 새로운 조직을 만든 진정한 목적은 1989년 1월 7일자 <동아일보>가 보도하는 바 'KNCC 내의 보혁 갈등'이었다. 기독교 내의 보수적 세력들은 이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교회의 분열을 선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더 우려스러운 일은 한국 교회 보수적 세력의 분열이 교회 외부의 정치세력들에 의해 촉발된 것이 아니냐 하는 의구심이다. 전두환 정권 초기부터 5공화국 세력들은 진보적 종교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종교대책반을 운영하고 보수·온건 세력의 조직화를 지원했음을 입증하는 문건이 최근 확인되었다고 한다. 이는 <뉴스앤조이>의 박철언 씨 인터뷰에서도 확인되었고, 국정원과거사진실위원회 위원장인 오충일 목사는 당시 안기부의 종교담당 요원이 한기총 창립에 구체적으로 개입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단체의 창립을 추진한 교회 원로들의 인격을 고려한다면 외부 세력의 개입 여부는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 매우 흥미 있는 사실은 당시 교회의 대외적 활동 보도들을 볼 때, 마치 지금의 한기총 활동처럼, 당시의 교단 연합체는 정부에 대한 비판 일변도였고 이러한 모습에 대한 교계 내부의 우려가 심각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같은 해 3월 1일 KNCC와 관련된 주요 교계 인사 80여 명이 '노 정권 퇴진 운동'을 결의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KNCC는 민주화와 복지화를 둘러싼 많은 의제들에서 노태우 정부와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여기에 대항하듯이 이 한기총의 원초적 모임은 아직 창립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폭력 배격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또한 '6·25상기 연합기도회'를 시작하고 있었다.


한기총이 태생적으로 분열적이고 보수적이라는 성격을 제외하더라도 이 조직은 교회들의 연합체가 아니라 교단들의 협의체라는 일반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의 기본 단위인 개별 교회의 의사는 교단이라는 단계를 거치는 동안에 빈번히 왜곡되고 뒤틀리기 마련이다. 이와 같은 형태의 연합 조직에서 기층 교인들의 의사는 교단간의 협의라는 과정에서 거의 반영되지 못하게 되고 단체의 주요 의사결정은 몇몇 핵심적 원로들을 설득하는 능력을 지닌 정치 목사들에 의해 좌우되기 마련이다. 소위 매개의 변증법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이러한 조직들을 지배하게 된다.


실제로 한기총은 산하 교단 교회들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는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대표회장 손인웅 목사)가 최근에 조사한 '한국 교회의 미래 방향성에 대한 기독교인 의식조사'를 보면 한국 교회가 미래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내적으로 예배의 회복이고 외적으로는 사회봉사 활동이라고 답하고 있다. 외적 활동의 제일 순위는 사회복지(46.8%)이고 다음은 기독교 교육(25.9%)이며 문화 사역이 10.9%로 뒤를 잇고 있다. '기독정치활동'은 1.5%에 불과하다. 한국의 주요 언론 보도에서 나타나는 한기총식 정치가 교회 일반의 정서와 얼마나 괴리되어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기총이 한국 교회의 주도적 연합체로 성장하면서 한국 사회에 그리스도의 인애와 공평과 정직을 보여주므로 복음의 문을 확장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극우적인 정치 활동에 몰두하므로 교회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복음의 문을 가로막는 데 공헌하였다.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였다고도 할 수 있으나 결국은 19개 성상을 지나는 동안 주님께서 주신 환골탈태의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 4월 19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기도회'가 끝난 후 기도회 참가자들이 국회까지 가두행진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한국 교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
 

한국 교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선 최고의 원칙으로 한국 교회 전체를 대표하는 조직은 복음의 전파 이외에 당파적 입장에 대하여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점에 합의해야 할 것이다. 지극히 보편적인 말씀의 실천이 아니면 한국 교회 전체의 이름으로 말하지 않아야 한다. 물론 복음의 실천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당파적 입장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지혜는 교회의 대표 조직은 만고불변의 순수한 복음적 입장에 머물러 있는 게 좋고, 그 시대에 필요하다고 해석된 당파적 입장은 그 입장을 위해 구성한 분업적 조직에서 다루는 게 좋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혜를 통해 사회정의와 교회일치 사이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모순을 피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첫째 방안은 한기총이 심기일전하여 오로지 복음 전파를 위한 연합 사업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혹자는 사립학교법을 수호하려는 목적은 학교 내에서의 복음 전파 보장을 위함이었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일보>의 2007년 7월 4일자 보도에서 나타난 바처럼, 핵심은 '사학의 경영권 방어'였지 않은가? 하물며 '전작권 환수'나 '한미동맹' 문제이랴. 목사의 입에서 설교를 빙자하여 '친북 좌파' 운운하는 정치 선전을 쏟아내는 것은 성도와 하나님을 모욕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위선과 방자함이 사람에게는 일시적으로 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이제 이러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먼저 모든 위선적 행동들에 대해 회개하고 복음으로 돌아와야 한다.


둘째는 한기총을 해체하고 KNCC와 통합하는 방안이다. 두 단체가 동일하게 한국 교회를 대표하여 정치 활동을 벌였지만 방향은 서로 다르다. 후자가 민주화와 인권 보호를 위해 정부를 비판하였다면, 전자는 기득권의 보호를 위해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마 여러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현 시국의 정치 지형을 생각하면 한기총의 정치적 입장이 더욱 다수라고 본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임이 분명하다. 민주화와 복지화라는 역사의 방향을 볼 때에 한기총의 입장은 점차 소멸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한기총과 함께 한국 교회가 소멸되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양 단체가 통합하여 계속 KNCC라는 명칭을 사용할 것인지는 서로 합의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들은 여전히 교회의 일치가 아닌 교단들의 일치를 의미하고 있다. 교회의 일치가 아니라 교단의 일치일 경우에는 새로운 조직이 생긴다고 해도 여전히 이 조직은 기층 교인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교단 정치에 몰두하는 몇몇 지도자들에 의해 왜곡된 길로 이끌려갈 위험이 크다. 다른 선진 기독교 국가들에서는 문제가 없었다고 할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문제가 많다는 게 증명되었다. 강남의 유자가 강북에 오면 탱자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셋째 방안으로 교단 자체를 해체하여 교회의 일치를 이루는 방안이 있다. 대의정치의 해법에서처럼 최대한 중간 단계를 없애고 성도 개개인의 의사가 신속히 반영되고 존중되는 새로운 형태의 '한국기독교총회'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교회가 한기총식 정치가 초래한 암울한 미래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진다면 이러한 조직 구성도 충분히 가능하다. 


백종국 / 경상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 이 글은 <뉴스앤조이>에 실린 것을 허락을 받아 전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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